Travel Column 고품격 여행의 명가

부대진 로타리 Travel Column

알프스를 넘다

· 작성자夫大珍 · 등록일2020-02-12 · 조회1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공짜보다 더 달콤한 것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실수를 하였는데도 오히려 득을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우리는 이것을 전화위복(?禍?福)이라고 부른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본 전화의복의 좋은 예는, 그린 주변에서 실수로 공의 대가리(?)를 쳤는데 공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다. 둥근 공에 머리 몸통 다리가 따로 있을 리가 없는데도 골퍼들은 그렇게 말한다.


몇 년 전 6월 초여름 알프스 여행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위스 베른의 폴끌레 미술관을 관람하고, 3시간쯤 버스를 타고 가서 비스프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체르마트로 가는 여정이다. 미술관을 빠져나오면 바로 진입할 수 있고, 지름길인 6번 국도를 탄 것이 얘기의 시작이다. 차창을 통하여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을 구경하며 달리기를 40여 분 지날 즈음, 운전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 온다.


‘우리가 가야 할 도로가 낙석으로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체르마트의 예정된 일정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몽트뢰를 거쳐가는 멀지만 평탄한 길로 가자고 운전수에게 이른다.

‘죄송합니다. 반대편 길로 가면 시간에 맞추어 갈 수 있습니다만…..’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는 코스입니까?’

‘네, 겨울 동안에는 폐쇄되었지만 한 달 전에 통금이 해제되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버스로 넘어가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예정에 없던 알프스 종단 버스여행에 들어섰다. 인터라켄의 동쪽 마을 메리겐을 기점으로 융프라우를 동쪽으로 감싸며 돌아 알프스산맥을 넘어 남쪽으로 가는 여정이다. 길을 들어서자 갑자기 소나기가 우리에게 환영인사를 한다. 알프스의 손님맞이가 예사롭지 않다. 날씨는 산을 오를수록 종잡을 수없이 변하기를 반복한다. 사방에 보이는 것은 온통 눈이다. 다시 안개까지 더해지며 만년설로 뒤덮인 빙하가 도로를 따라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인다. 정상에 가까워오니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댐의 모습이 여럿 보인다. 이렇게 높은 곳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인간의 의지에 놀라울 뿐이다. 스마트폰의 나침반 앱은 고도 2100M를 가리키고 있다. 조금 더 전진하자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 한편의 넓은 광장에 호텔과 주차장이 지친 나그네에게 쉬어 가라고 손짓하고 있다. 운전수는 주차장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운전을 계속한다.


날씨가 장난처럼 바뀌어 화창한 봄날이다. 여기가 고갯길의 정상인 듯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높게 솟은 알프스산맥이 좌우로 날개를 펼치고 있다. 남향의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 끝 간 데 없이 연두 빛 들판이 이어지고, 점점이 마을들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환상의 그림 그대로다. 조용하던 차내가 환성으로 뒤덮인다. 도로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꼬불꼬불 외로 돌고 바로 돌아 끝없이 이어지는 S자형 길이 절벽에 달라붙은 사다리처럼 느껴진다. 구절양장 (九折羊腸)! 스키를 탄 듯 버스는 브레이크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속도를 조절하며 활강하고 있다. 다시 버스 안은 긴장감으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니발은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
나폴레옹은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
尙美會 회원들은 버스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

<尙美會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