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고품격 여행의 명가

응접실 Community

[尙美會 여행기] 旅の 疲を ふろ里に

-게로 노천탕, 바위틈 목판에 써 있는 글

· 작성자유석렬 · 등록일2014-08-26 · 조회548

지난 5월 우리 집에 혼사가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준비에 분주한 집사람을 보면서 혼사가 끝나면 심신이 많이 지쳐 있을 텐데 어디 재충전 여행이나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상미회 회보를 보게 되었다.

마침 온천 마니아(?)인 집사람이 좋아할만한 「일본 3대 名 온천여행」 상품이 있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신청하였다. 6월 9일 상미회 신용석 이사를 가이드로, 총 20명이 쿠사츠, 게로, 아리마로의 5박 6일 여정을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일본 3대 명천을 한 번에 다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었고 또 실제 모든 분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이자 유명한 유학자였던 하야시라잔은 이 세 곳을 3대 명천으로 꼽은 바 있었고 지금도 일본 10대 온천에 세 온천은 항상 선정되며 특히 쿠사츠는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세 온천 모두 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본 최대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쿠사츠 한복판의 湯畑(유바다께, 온천 밭이란 의미)는 일종의 목관으로 된 온천물 배수시설인데 여기서 湯の花(유노하나: 입욕제로 쓰이는 온천수 앙금)를 만들기도 한다. 고온의 온천수가 만드는 수증기, 굉음 그리고 폭포, 정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쿠사츠는 「泉質主義」를 내세우고 있는데 고온의 강산성 온천수는 치료 효과가 높아 상사병을 제외하고는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한편 게로는 쇼와, 헤이세이 두 日皇 이 다녀간 사실로 최고의 온천임을 웅변하고 있으며, 아리마도 이곳의 적갈색 金湯과 맑은 銀湯이야말로 「天神泉源」의 물이라 주장한다. 도요토미히데요시 부부도 아리마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묶었던 세 곳 료칸은 그 지역에서 최고로 꼽히는 곳으로 욕탕, 잠자리, 먹거리, 서비스 모든 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게로의 湯之島館(유노시마칸)은 삼나무 숲과 전통건물이 잘 어우러지는 名品이었다.

세 온천 모두 일본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칸토, 칸사이, 긴끼 지역에 있어 여행 중 여러 名所도 방문할 수 있었다. 일급 휴양지인 가루이자와, 다카야마市의 전통건물 보존지역, 마쯔모토市의 미술관과 예술관, 오사카의 동양도자미술관 방문은 일본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혀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마쯔모토는 대도시가 아니지만 이곳 태생의 세계적 미술가 쿠사마야요이의 설치작품 등 수십 점의 컬렉션을 갖고 있는 미술관과 건축미가 뛰어난 미술관을 갖고 있어 일본 각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얼마나 두툼한지 느낄 수 있었다.

다카야마가 있는 히다(飛騨) 지방은 쇠고기가 유명한데 풍로 위에 후박나무 잎을 깔고 고기에 된장을 발라 굽는 「히다규호바 미소구이」를 먹고 맛이 있어서 토속된장을 사갖고 왔다. 후박나무 잎 대신 은박지에라도 고기를 구어 발라 먹어 보려한다.

오사카 동양도자 미술관은 동양이란 말이 붙었지만 실제는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이 主 소장품인 듯 했다. 일제시대 우리 도자기를 수집했던 아타카 컬렉션과 교포 이병창 씨의 컬렉션을 기증받아 설립한 것이 이 미술관이다.
이병창 씨가 조국에 기증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본에서나마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게 한데 모여 전지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두 컬렉션의 청자, 백자, 분청의 수준은 서울 리움미술관 못지않은 것 같다.

게로 료칸 로비에 「老若男女 十百千萬」이란 붓글씨가 걸려있는데, 아마도 온천이란 것은 나이불문, 남녀불문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다 라는 의미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일행도 老若男女로 구성되어 세대차는 있었지만 오히려 첫날부터 시종일관 모두 가족처럼 화기애애하게 온천여행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특히 이동시간 버스 안에서 신용석 이사의 일본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일행분들의 자기 관련분야 이야기는 이번 여행을 인문학적으로도 풍요롭게 해주었다.

게로의 노천탕, 철쭉이 만발해있는 바위틈 목판위에 「여행의 피로를 탕 안에」라고 써 있었다. 노천탕은 자연과 어우러져 피로회복 등 힐링 효과를 증진시킨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비와 시원한 바람, 가을에는 단풍과 명월, 겨울에는 눈, 이런 자연을 만나게 된다. 이중 최고의 정취는 한겨울 눈 내리는 깊은 산중 노천탕에서 술 마시며 설경을 즐긴다는 雪見酒(유끼미자케) 라고 한다. 다음번엔 상미회에서 겨울 온천 상품을 기획해주기를 기대한다.

버스로 이동도중, 인천공항 물류설비 설치를 주도하신 변호기 회장께서 인천공항 수하물 처리설비는 세계최고수준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정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 바로 하고 짐 찾는 곳에 왔더니, 이미 짐이 나와 있었다. 우리나라 모든 일이 인천공항처럼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귀가차량에 올랐다.

유석렬 (삼성토탈 고문 · 전 삼성생명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