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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정책 일대전환 필요
인천일보 2004년 12월8일자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관광버스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간혹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타고 있으니까 운전에 주의를 하라는 것인지 또는 약간의 교통법규 위반이 있더라도 적당히 눈을 감아 달라는 것인지 그 같은 표지를 붙인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있다는 것 자체를 내세우면서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혹시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라는 한글로 된 표지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알게 된다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후진국일수록 외국인 관광객들을 자국민들과 분리해서 취급하는 경우가 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는 자국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 동남아시아의 일부국가를 위시하여 아프리카나 서인도제도의 미니국가에서 이같은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특별히 취급하는 나라들의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은 그들 나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평균소득 수준이 자국민의 그것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진국일수록 외국인 관광객을 분리해서 취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라는 표지를 버스나 기차에 부착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그들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평균소득이 자국민보다도 못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관광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관광대국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평균소득이 프랑스인의 평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저렴한 값으로 프랑스의 중산계급이 누리고 있는 생활수준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나를 고심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물가고를 대표하고 있던 일본의 경우에는 그동안 국내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버블경제와 이에 따른 물가고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원천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했었던 것이 일본정부 관계부처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부터 수출입국의 기치아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하면서 생겨난 고정관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모두가 우리보다는 소득수준이 높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서 초특급 고급호텔과 값비싼 식사를 선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면 고급쇼핑과 값비싼 나이트 라이프(밤의 오락)를 즐기기를 원한다는 생각도 비슷한 고정관념이다.
  이 같은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고정관념은 60년대를 시발로 80년대 초반까지는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정 회원국이 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가도 아니며 물가가 싼 나라는 더욱 아니고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을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 중에는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도 많고 항상 초특급 호텔에 고급쇼핑을 선호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벌써부터 인식해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관광정책은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인프라 구축은 자칫 예산낭비가능성이 높고 외국인 스스로가 이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역사적 유물들을 주요자원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개발도상국들과는 달리 선진국일수록 자국민을 위한 관광인프라를 외국인들도 함께 이용하고 즐기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제 우리도 ‘외국인 관광객 탑승’이라는 표지도 없어져야 하겠지만 내국인 중심의 관광인프라를 개발하여 그의 일부를 외국인들이 이용하게 한다는 관광정책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 : 신용석]  200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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