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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夫大珍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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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呂(풍려/후로)
표의문자인 漢字는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만나 짝을 이루면 그 뜻이 더욱 명확한 단어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에 별종들이 가끔 눈에 띈다. 같은 글자나 단어를 다양하게 읽는 일본어에 더욱 그런 경향이 많은 듯하다. 일본 여행에서 만나지 않을 수 없는 단어가 風呂다. 바람 풍(風)과 법칙 려(呂)가 짝을 이룬 風呂는 글자의 뜻으로는 도저히 짐작하기 어려운 단어가 된다. 더운물을 채운 욕조나 욕탕 또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모래찜질이나 암반욕을 의미하며, 일본인들은 ‘후로’라고 읽는다. 궁금하면 사전을 뒤져 볼 수밖에 없다. 일본어 ‘후로’의 어원은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바위동굴(岩室)의 의미를 가진 室(실/무로)의 발음이 변하여 ‘후로’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기슈반도 끝자락에 있는 보기도(忘帰洞)를 떠 올리는 설이다. 필자가 다녀온 노천탕 중 가장 넓고 긴 동굴 온천이다. 두 번째는 차를 끓일 때 쓰는 風炉(풍로/후로)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용도는 다르지만 발음도 같고 뜨거운 물을 연상케 하니 일리가 있기도 하다.
 
  ‘후로’는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필자가 유년기를 보낸 부산은 일본의 잔재가 가장 많이, 오래 남아있던 도시다. 우리는 수건과 비누를 넣은 바구니를 들고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동네 목욕탕에 가서 ‘후로’를 한다. 어른들이 예사롭게 사용하는 ‘후로’가 우리말이 아니리라고는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동네 목욕탕에 들어서면, 남탕과 여탕으로 나뉜 양쪽의 입구를 아우르는 한 칸 높은 곳에 앉아있는 목욕탕 안주인(?!)에게 목욕료를 지불한다. 안주인은 남녀 탈의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양쪽을 동시에 관리한다. 탈의실을 거쳐 문을 열고 증기가 가득한 욕탕으로 들어서면 둥근 탕이 가운데 있고 벽에는 온랭 한 쌍의 수도꼭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박혀있다. 남탕과 여탕은 어른키 보다 조금 높은 벽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야만 가려진 같은 천정 밑 하나의 공간인 셈이다. 벽 위를 통하여 전해 오는 목소리로 건너편 탕에 동네 어느 집 식구들이 와있는지 알 수 있고, 때로는 목욕하며 주고받는 비밀스러운 얘기도 또렷이 들려오기도 한다. 보통은 가족 나들이이니 여탕에는 어머니와 누나들, 남탕에는 아버지와 아들들이 같은 시간에 목욕을 한다. 남탕의 막내가 소리친다.
 
  ‘엄마! 비누 없나~?!’
 
  지체 없이 남녀 탕 사이 벽에 붙어있는 비상문 밑으로 비누가 바닥을 따라 미끄럼 타며 달려온다.
 
  오래전 일본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호텔 근처의 공중목욕탕(銭湯/센토)이 필자가 어릴 적 살던 동네 목욕탕과 생김새가 너무나 닮았다. 반가운 마음에 무턱대고 찾아갔다. 욕탕용 나지막한 의자에 앉아 몸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비누로 씻어준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중년의 여인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처음 보는 분이네요’
 
  ‘아~ 예~’
 
  ‘이 동네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러시군요. 한국에도 센토가 있습니까?’
 
  ‘글쎄요. 있긴 한데…’
 
  일본도 여종업원이 남탕에 출입하는 것이 거의 없어진 세상으로 바뀌었으니, 이제는 경험하기 어려운 추억이 되었다. 에도(江戸)시대에 지역주민의 사교장으로 출발한 센토는 오늘날도 그 기능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尙美會 철도여행 때 자주 찾는 규수 남단의 이부스키는 모래사장에 온천이 솟는 곳이다. 유카타를 입고, 온천에 데워진 뜨거운 모래 위에 누워 다시 몸 위에 모래를 얹어 전신을 따뜻하게 하는 스나무시부로(砂蒸し風呂/모래찜질)를 즐길 수 있다. 후쿠이현 아와라 온천의 이와부로(岩風呂/암반욕)도 尙美會의 단골이다. 뜨거운 암반 위에 두꺼운 타월을 깔고 그 위에 누워 있으면 지친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치유된다. 온천마을 료칸들이 정성 들여 치장하는 ‘후로’가 로텐부로(露天風呂/노천탕)다. 야외에 있거나 또는 지붕만 있는 '후로’를 말한다. 주위의 경치와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로텐부로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홋카이도의 겨울이다. 탕 옆에 쌓인 눈 속에 박아놓은 캔맥주를 마시며, 가끔 기웃거리는 여우들과 자연스럽게 무언의 대작을 할 수 있다.
 
  지하수 굴착기술의 발달로 온천수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지하 700~1,000여 m 지점에서 퍼 올린 더운 지하수를 천연온천이라고 선전하는 도심의 비즈니스 호텔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근다.
 
  우리는 온천을 한다.
 
  우리는 ‘후로’를 즐긴다.
 
  <尙美會 이사>
[글쓴이 : 夫大珍]  20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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